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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 Milano

24-25 Settemb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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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 토요일.

기숙사 친구 둘이 백화점에 간다고, 생각 있으면 같이 가잔다. 딱히 살 물건은 없었지만(그렇다기보다 돈이 없었지만) 주말인데 딱히 할 일도 없고 해서 따라나섰다. 20분쯤 뜨람(Tram)을 타고 목적지에 다다랐으나, 백화점은 없어지고 그 자리에 전자상가가 들어서 있었다. 난처한 상황이었으나 우리의 쇼핑 목적은 바로 전자제품으로 바뀌었다. 사실 전자제품이라면 더욱 살만한 것이 없었다. 필요한 물건이 있다 해도, 가격을 고려했을 때 차라리 한국의 G마켓에서 해당 물품을 구매하고 이 곳으로 배송을 부탁할까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었다. 어쨌든 두어 시간 상가를 구경하고 내가 느낀 건, 유럽에서 삼성의 인기는 대단하다는 것이다. 3주 전 비행기를 타고 이 곳 이탈리아의 공항에 도착했을 때, 나의 시야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이 삼성의 핸드폰 광고이기도 했다. 실제로 통신사 대리점에 방문해보면 이 곳 현지인들이 가장 많이 쓰는 핸드폰이 노키아와 함께 삼성의 제품이란 것을 알 수 있으며, 이 것은 비단 핸드폰 뿐만이 아니었다. 전자상가 곳곳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배치된 제품들은 모두 삼성에서 제조된 것이고, 조금 못 미치는 정도로 LG의 제품들도 눈에 띄었다. 대기업 삼성을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도 조금은 반가운 마음에 사진을 찍으려 했으나, 상가 내 사진 촬영은 금지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세리에A의 축구 경기를 7000유로쯤 하는 삼성의 대형 TV로 구경하며 놀랍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오디오와 DVD 몇 장을 사들고 한국의 전자제품을 찬양하는 친구를 보며, 단지 자랑스럽지만은 않은 기분으로 상가를 나왔다. 이들과 함께 저녁을 먹은 뒤, 친구 하나를 더해 남자 넷이 산책에 나섰다. 두오모 근처 유명한 젤라또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들고, Brera의 밤거리를 무작정 돌아다녔다. 사실 한국에서는 남자들끼리의 산책-더군다나 맥주도 아닌 아이스크림을 들고-이란 걸 해본 적이 없기에 조금 오글거리긴 했으나, 이들은 아무렇지 않은가보다. PC방이나 당구장, 노래방 등의 유흥시설이 없는 이 곳에서 어쩌면 자연스러운 문화일지도 모르겠다. Brera의 밤거리는 중국에서 생산된 것으로 추측되는 각종 '짝퉁' 명품들이 야시장을 형성하고 있었다. 친구 하나가 벌여놓은 서류가방의 가격을 듣더니 놀랍다며, 다음에 다시 와서 괜찮은 거래를 해봐야겠단다. 나는 그에게 한국에 와서 동대문 시장을 둘러볼 것을 권했다.



일요일.

중국에서 온 Sophia라는 친구와 IKEA에 가기로 약속한 날이다. 잠시 이 친구에 대해서 소개하자면, 일단 100명 정도 되는 이번 학기 교환학생 중 아시아 출신 학생은 Sophia와 나 둘 뿐이다. 이러한 이유로, 오리엔테이션 당일 즉석에서 Team Asia(?!)는 결성되었고, 현재 가장 가깝게 지내는 친구 중 한 명이다. Sophia는 중국에서 나고 자랐지만 고등학생 시절 독일에서의 교환학생 경험이 있고, 이 곳에 오기 전까지는 일본의 대학(거의 모든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었다고)에 재학 중이었다. 영어를 매우 잘하고, 또 안 어울리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인 것 같다. 어쨌든 Sophia가 약속시간 두 시간 전쯤, Pinacoteca di Brera라고 하는 밀라노의 유명한 미술관이 당일 무료 입장이라며 그 곳에서 만나잔다. 문자로 먼저 구경하고 있으라 이른 뒤 길을 나서는 순간, 그저 기숙사 대문을 통과하는 그 평범한 순간에 눈 앞에 절경이 펼쳐졌다. 고층건물로 가득찬 서울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너무 맑은 하늘이었다. 그저 그 하늘이 좋았던 나는,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걷기로 결정하고 알지도 못 하는 길을 골라 다녔다. 그렇게 미술관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시간이 한 시간 반쯤 흐른 뒤였고, Sophia의 관람은 끝나가고 있었다.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나는 예술과 사이가 안 좋기 때문에 쿨하게 IKEA로 향했다. 수건, 옷걸이, 물병, 와인 글라스, 물컵 등을 다량으로 구입하고 24유로, 약 3만 5천원 정도를 지불했다. 이렇게 훌륭한 IKEA가 왜 한국에는 없을까, 라고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주말. 외출하는 동안 찍어둔 사진들을 정리하는 지금,
DSLR 카메라의 자동 기능과 플래쉬 off 모드 외에는 사용할 줄 모르는 나는,
내가 본 하늘과 사진 속 하늘의 괴리를 보며 사진 공부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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