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서 실체가 없는 데이터를 클릭 한 번으로 삭제한다'라는 말을 100년 전에 했다면, 지구상에 그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을 것이다.
반면, '기억은 자의적으로 삭제할 수 없다.'라는 문장은 1,000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하더라도, 누구에게나 쉽게 이해되는 문장이었을 것이다.
인간의 아이러니 - 인간이 만든 창조물은 스스로 체감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데, 창조물로서의 호모 사피엔스는 30만년 전의 우리로부터 크게 진화한 것이 없다.
어쩌면, 그것은 다행일 지 모른다.
마치 인스타그램이나 카카오스토리의 사진이 순식간에 영구적으로 삭제되듯, 미래 인간의 기억이 손쉽게 지워질 수 있다면, 그것은 분명 기술의 축복이자 동시에 비극일 것이다.
어차피 우리는 모순 덩어리니까. 심지어 어떤 메신저는 미리 설정된 self-destruct timer를 기준으로 몇 초마다 메시지를 삭제한다는데, 인간은 그만큼 기계적이고 자기파괴적일 수 없다는 사실에 감사해야 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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