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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uary 6, 2011
5시 반 기상.
목표했던 시간보다 30분 늦었다.
어젯밤 호스텔 매니저에게 몇 시쯤 나가면 일출을 볼 수 있을까 물어봤더니,
겨울에는 제대로 된 일출을 거의 볼 수 없다고 했다.
요르단 와디럼에서 일출을 보려고 일찍 일어나, 등산까지 했다가 허탕친 기억이 나서
다시 침대에 누울까 잠깐 고민하다가-
그래도, 라고 생각하며 겨우 잠을 쫓는다.
서둘러 옷을 껴입고 호텔을 나와 유적으로 향하는데, 이미 하늘이 파랗다. 그리고,
저 멀리 동그란 게 보인다.
아직은 작지만 제대로 보이는 태양.
운이 좋다.
아치의 중앙에 담긴 태양
어제 보았던 모든 유적들이,
해가 머리 위에 떠있을 때보다도 훨씬 운치있어 보인다.
오랜만에 증명사진 한 컷.
그러고보니, 이 사진을 찍어준 사람에 대한 소개가 필요할 것 같다.
포스팅에 되도록이면 정보 이외의 글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에 언급이 생략되었지만,
나는 도시 하마(Hama)에서부터 몇 명의 한국 사람들과 인연이 닿았다.
사람들의 방문 루트가 대체로 거기서 거기이기 때문에,
굳이 동행하지 않더라도 목적지에서 다시 마주치게끔 되어있다.
그렇게 간혹 인사를, 혹은 같이 식사를 하게 된 사람들 중 가장 친해진 민정 누나는
지금도 블로그에 방문해 댓글을 달아주곤 한다.
거대한 팔미라의 열주를 한 바퀴 둘러보는 동안 마주친 사람은 두세명쯤,
일찍 일어난 보상을 충분히 즐긴다.
호텔로 돌아가 아침 식사를 하고,
시리아 여행의 마지막 거점 - 다마스커스로 이동할 채비를 한다.
레바논에서 시리아, 요르단으로 이동했다가,
다시 같은 길을 그대로 되돌아가야 하는 루트 때문에
다마스커스는 벌써 세번째 방문하는 도시가 되었지만,
어쨌든 이번에는 중동 여행 중 가장 오래 머무르며 즐기는 도시가 될 예정이다.
어쩌다보니 봉고의 조수석에 타게 되었는데,
운전하는 자신의 사진을 찍어달라던 무서운 기사 아저씨.
(운전에 집중해주세요...)
다마스커스에서의 계획을 확인하며 가다보니,
창 너머로 끝 없는 사막이 펼쳐진다.
여행의 계획 단계에서, 아버지는 팔미라 뿐 아니라 그 출입로까지도 추천해주셨었다.
"팔미라 가는 길, 황량함을 맛볼 것"
하지만 나는 어느새 또 잠이 들었고,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커스(Damascus)에 도착.
호스텔에 짐을 풀고-
시리아에 입국한 이후 계속된 이동에 몸은 조금 지쳤지만,
침대에 몸을 눕히기엔 아직 하루가 길다. (오랜만에 일찍 일어난 덕분)
그래서 곧장 나와 시내를 거쳐-
왠지 무서운 (정확히 뭘 모니터링한다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시리아의 표지판도 만나고-
늦은 오후가 되어
다마스커스의 첫 방문지인 Tishreen (October) War Panorama에 도착한다.
10월이라는 이름이 붙은 전쟁 파노라마.
이스라엘과의 전쟁(Yom Kippur War)을 기념하기 위해 지어졌다.
잠깐 그 배경을 설명하자면,
이 곳이 묘사하는 전쟁은 1973년 10월 시리아와 이집트 군이 이스라엘을 기습하며 시작된다.
여기에 이라크와 요르단이 가세하여 아랍 연합 대 이스라엘의 전쟁으로 번지는데,
이스라엘의 반격으로 이집트와 시리아는 우세를 잃고 수도를 위협받으며 사실상 패전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재미있는 사실은,
사실상 시리아와 이집트는 미국과 소련의 개입으로 패망을 모면하고 휴전으로 끝을 맺지만
양국 모두 마치 전쟁에 승리한 것처럼, 이렇게 파노라마까지 만들어가며 그 위용(?)을 자랑한다는 것이다.
건물 앞에는 격추된 이스라엘의 전투기와 탱크와 잔해들을 늘어놓았고,
그 맞은 편에는
비교적 상태가 좋은 시리아의 전투기와 헬리콥터, 야포 등을 전시했다.
여기까지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이 곳 파노라마는 순수한 전시가 목적이라기 보다는
'특정 목적'을 가지고, 그 목적을 선전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내부에서는 촬영이 금지되어 있는데,
전쟁을 묘사하는 회화로 시작해서 영화, 그리고 의자에 앉아 360도 회전하며 감상하는 디오라마까지
꽤나 정성들여 만들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전시에는 '특정 목적'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스라엘의 반격이 시작되기 전까지의 상황만을 묘사한다.
그리고 재미있는 사실 한 가지 더,
이 파노라마에 존재하는 회화 전부를 포함하여
전시 작품의 상당 부분이 북한의 도움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건물 내부에서 가장 큰 벽화는 시리아 전 대통령과 김일성 주석의 만남을 묘사하는 그림인데,
솔직한 심정으로는 정말 한심하다고밖에 생각할 수가 없다.
어쨌든 그렇게 사진을 찍을 수 없었던 관람이 끝나니 해가 저물었다.
아직도 무언가 아쉬운 나는 야밤의 수크(시장)를 배회한다.
그리고 호스텔로 돌아와,
조만간 이 곳에서 나르길레를 한 번 물어야겠다고 생각하며,
2011년 1월 6일 여행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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