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작품의 줄거리와 결말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원치 않는 분께서는 창을 닫아주세요.
“All you need is a stick of gum, a pocketknife and a smile”
Synopsis
은퇴를 맞이하는 CIA 요원 Nathan Muir(Robert Redford). 그는 마지막으로 출근하는 날 새벽, 자신이 발굴하고 키운 요원 Tom Bishop(Brad Pitt)이 중국에서 스파이 혐의로 체포되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Tom은 중국 정부에 의해 24시간 후 사형에 처해질 예정이지만, CIA 수뇌부는 정치적인 이유로 Tom의 석방을 요청하지 않는다.
Review
이 글은 작품의 줄거리와 결말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원치 않는 분께서는 창을 닫아주세요.
세련되면서 가볍지 않고,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 지루하지 않다.
(사실, 스파이의 세계에서 어떤 것이 사실적인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FRAMEWORK
Langley의 CIA 본부. 당국 고위관계자들은 중국에 수감된 Tom의 신변을 결정하기 위해 회의를 소집한다. 이 자리에서 Nathan은 Tom에 대해 문서화되지 않은 정보를 이야기 하도록 요구받는다. 바로 Tom이 Nathan에 의해 길러진 스파이이기 때문이다. 이에 Nathan은 Tom과의 추억을 회상하며, 영화는 회상을 cut back 형식으로 보여준다.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Nathan과 Tom의 첫 만남, 통일 이전의 동독과 내전중인 베이루트에서의 작전 수행 - 이 모든 현장의 회상 장면들보다 더 긴장되는 부분은, CIA본부 회의실 테이블, 정보제공을 사이에 두고 Nathan과 고위관계자들이 벌이는 신경전이라는 것이다.
MATTER
작전의 성공여부와 효율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Nathan,
천부적 능력을 가진 스파이지만 ‘인간적인’ Tom.
이들의 갈등관계가 작품의 중심소재다.
(비슷한 설정의 영화로 <Body of Lies>가 있다.
#1. Ann Cathcart
동독. Schmidt라는 이름의 공무원을 국외로 빼오는 작전상황에서 Nathan과 Tom의 갈등은 시작된다. 작전은 무리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나 Nathan은 Tom에게 Schmidt를 검문소에서 가까운 곳에 버리고 혼자 빠져나올 것을 명령한다. 이유도 알려주지 않은 채 작전의 목표를 포기하라는 것이었고, 그 명령을 받아들이는 것은 Schmidt의 죽음을 의미했다. Tom은 내키지 않지만 이를 어기지 못하고 Schmidt를 내버려둔 채 빠져나온다. 그리고 다시 만난 Nathan에게 해명을 요구한다. 그러나 그에게 주어진 답은 단지, Schmidt가 더 큰 작전을 위한 미끼일 뿐이었다는 것이다.
Tom: “Don't bullshit me about the greater good”
Nathan: “That's exactly what it's about.”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할 수 있는가? 여기서의 '小'가 사람의 목숨이라면, 물론 상식적인 답은 ‘그럴 수 없다’가 되겠다.
영화 속 상황은 양자택일의 조건이며 제3의 안이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의 목숨이 달린 결정이고, 결정에 대한 권한과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 '大'라는 것의 정체는 불분명하지만 Nathan은 명령을 내렸고 Tom은 이를 수행해야 한다. 두 사람은 이러한 관계 속에서 #1 사건을 계기로 팽팽히 맞서기 시작하고, 결국 다음 작전 중 서로가 평행선에 있음을 인지한다.
#2. Sheik Salameh
베이루트. Tom과 Nathan은 Sheik Salameh라는 이름의 테러리스트를 제거하기 위해 두 달간의 작전 준비기간을 가진다. 그리고 Tom은 준비 7주만에 Sheik의 주치의에게 접근해서 그를 암살하도록 설득하는 데 성공한다. 그러던 중 Sheik은 예정과 달리 갑작스레 베이루트 지역을 떠나기로 결정하고, 출발 한 시간 전 주치의를 급히 호출한다. 그러나 정작 의사는 팔레스타인의 내전 부상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그로부터 멀리 떨어진 지역에 파견되어 있어, Nathan과 Tom은 작전 실패의 위험에 처한다. 이 때 Tom은 어렵게 의사를 찾아 Sheik이 떠나기 전 그가 머무는 건물까지 보냈지만, 작전 실패를 우려한 Nathan은 암살 기도가 일어나기 직전 미리 준비한 대안을 강행한다. 그 대안은 레바논 민병대를 이용한 자살폭탄테러였다. 폭탄 테러를 이용해 테러리스트를 죽이는 아이러니에 의해 같은 건물에 있었던 현장의 무고한 시민들 역시 희생된다.
Tom: “Happy?”
Nathan: “Casualties, an entire apartment block leveled... one dead terrorist. Yeah, happy.”
Tom: “We have some fucked-up barometer for success, don't we?”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지만, 앞으로 Sheik에 의해 희생될 더 많은 사람들을 살린 결과이다. 이 것이 테러를 강행한 Nathan의 논리이고, Tom은 절대로 눈 앞의 무고한 시민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수 없는 사람이다.
Nathan의 생각처럼 그의 결정이 결론적으로 더 많은 사람을 살리는 길이라면, 이 문제가 단순히 수(數)의 문제로 환원 가능한 것일까. 그렇다면, Nathan에 반대하는 Tom에게 '인간적'이라는 형용사를 붙일 수 없는 것일까. 그리고 이렇게 한정된 상황에서도 大를 위한 小의 희생은 존재해서는 안 된다는 신념이 옳은 것일까. 이 문제는 정의론에 관한 고전 철학자들의 책에서도 다분히 논쟁적일 듯 하다.
#3. Op. Dinner Out
재미있는 것은, CIA 본부에서 Nathan의 위치설정은 #1과 #2의 역이라는 것이다. 즉, CIA 당국은 미국과 중국의 수교라는 大를 위해 Tom이라는 小를 포기하기로 결정한 데 반해 Nathan은 자신의 제자 격인 Tom이 죽도록 내버려둘 수 없었던 것.
그리고 영화는 베테랑 Nathan의 능력으로 국교 정상화의 大를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小까지 취하는 아름다운 결론을 낸다.
+
1) 오래 전, 지금의 Brad Pitt보다 더한 인기를 누렸을 Robert Redford라는 중년 배우가 출연한 수많은 영화들 중 첫 감상.
기회가 된다면 그의 이전 수작들을 감상하고 싶다.
2) Tom의 연인 Elizabeth Hadly역의 캐스팅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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