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1/12 - [trip to_ Turkey] - 이스탄불 (1) 아야 소피아(Hagia Sophia), 블루 모스크(Sultan Ahmed Mosque)
January 13, 2011
이스탄불에서의 두 번째 날,
여정을 시작하며 호스텔 앞의 아야 소피아와 짧은 인사.
블루 모스크도 안녕?
나의 첫 발길은
아야 소피아와 블루 모스크에서 무척 가까운 바실리카 시스턴(Basilica Cistern)에 닿았다.
'저게 무슨 볼거리야'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진에 보이는 것은 cistern- 즉 저수지의 입구.
입구를 통해 지하로 내려가면,
10,000㎡에 조금 못 미치는 광대한 공간에 이와 같은 광경이 펼쳐진다.
6세기, 비잔틴 제국의 황제 유스티니아누스 1세의 통치 기간에 건설된 저수지이며,
지금과 같은 상태로 복원되고 일반에 공개된 것은 30년 전 쯤.
'실용적 용도'-콘스탄티노플 궁전에 물을 댔다고 한다.-로 지하에 위치한 저수지가 이렇게 '쓸 데 없이 우아하게' 건축될 필요가 있었나 싶다. 이처럼 역설적이게도, 바실리카 시스턴의 터키어 이름은 Yerebatan Sarai(Sunken Palace; 가라앉은 궁전)이라고.
바실리카 시스턴의 천장은 336개의 대리석 기둥에 의해 지탱된다.
그리고 그 수많은 기둥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바로 이 것-
기둥 두 개는 이렇게 메두사의 머리를 받침대로 쓰고 있는데, 그 이유에 대하여 많은 설이 존재한다.
그 중 가장 유력한 이론에 의하면-
바실리카 시스턴 내 대부분의 기둥은 로마제국의 오랜 건물들로부터 재활용 되었고,
그 과정에서 그냥 높이가 딱 맞아서 썼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이유지만
어두운 내부에서는 다소 살벌한 느낌의 기둥.
그리고 특별한 기둥이 또 하나 있는데, 바로 이 것.
이 바실리카 시스턴을 건축하는데 약 7,000명의 노예가 동원되었고 그 중 수백명이 사망했는데,
이 기둥은 그들에게 바치는 눈물이라고도 한다.
('evil eye'라는 이름의, 터키의 관광객이 많이들 사가는 요 물건과도 닮은 것 같다.)
지금은 이렇게 조명과 함께 멋지게 재탄생했지만,
건축의 역사는 아름다움, 그리고 신성에 대한 광기로부터 비극에 맞닿아 완성된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이스탄불의 히포드롬.
론플을 슬쩍 넘기며 '이런 도심에 로마 제국의 경기장이?!' 라고 생각하면서 갔는데,
역시나 과거의 모습이 남은 건 없다. 단지 히포드롬의 '터'였다고-
그리고 그 가운데에는
테오도시우스 기념탑,
그리고 독일이 기증했다고 하는 분수,
따위가 있다. (...)
사실 나는 지금 론플에 소개된 이스탄불 도보 여행 추천코스- "Uncovering Byzantine"을 따라서 움직이는 중이다.
콘스탄티노플(지금의 이스탄불)이 비잔틴의 수도였던 시대로 되돌아가는 경로인 것이다.
지도를 보며 따라가다보면
다음 고적은- 리틀 아야 소피아(Little Hagia Sophia)
이 건물은 아야 소피아와 비슷한 점이 많다.
6세기에 유스티니안 1세의 명령에 의해 동방 정교회의 건물로 지어졌다는 점,
오토만의 정복 직후 모스크로 바뀌었다는 점 등이 그렇고,
실제로 아야 소피아 건축의 모델이 되었다고도 이야기한다.
내로라하는 모스크를 몇 보고 왔더니,
이 정도 크기는 이제 아담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길지 않은 시간 안에 구경을 끝내고,
콘스탄티노플을 감싸는 해안을 따라 걷는다.
비잔틴 시대의 해안 성벽- 멀리 블루 모스크가 보인다.
이 때 쯤 나는, 론플에서 소개하는 'uncovering byzantine' 워킹투어의 한계를 느낀다.
책의 컨텐츠를 늘리기 위해 억지로 끼워넣은 느낌이랄까,
사실 위의 성벽도 사진에 표현된 부분을 제외하면 전부 허물어진 상태.
필수 코스 쯤으로 생각했지만,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도를 보고 걷다가 길을 잃기 때문에도...)
계획을 수정, 방향을 바꾼다.
그 대안은- 톱카피 궁전(Topkapi Palace)
비잔틴에서 오토만 제국으로, 천년을 건너 뛴다.
(역시 이스탄불은 굉장한 도시다.)
콘스탄티노플을 정복하고 비잔틴을 멸망시킨 오토만 최초의 황제 메흐메트 2세에 의해 지어졌다.
입구를 지나 다시 입구,
한 때 4,000여 명이 살았다고 하는 거대한 궁전.
술탄이 거주하던 공간을 포함하여 모스크와 병원, 조폐소 등 수많은 건물이 남아있으며,
현재는 모두 박물관으로 기능한다.
무함마드의 망토와 검과 같은 엄청난 무슬림의 성물이 전시되어있다고 하는데,
그런 것들보다는 아름다운 직물이나 보존된 가옥의 형태를 더욱 열심히 보게 된다.
해안선이 성을 감싸며 더욱 포근한 느낌을 준다.
카펫으로부터 테라스, 우물, 모스크 등 많은 볼거리가 모여있다.
톱카피 궁전의 관람을 마치고 다시 거점으로 돌아온다.
석양이 깔리기 전,
여전히 위세를 뽐내고 있는 블루 모스크.
이전 포스팅에서 생략했던 내용-
블루 모스크는 여섯 개의 미나렛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모스크가 네 개의 미나렛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블루 모스크가 가지는 중요도를 짐작할 수 있다.
(참고로, 사우디 아라비아의 메카에 지어진 이슬람의 가장 중요한 모스크에는 아홉 개의 미나렛이 있다고 한다.)
다음 행선지는
Nuruosmaniye 모스크
바로 옆의 그랜드 바자르. (모스크는 여행 시작부터 보아 왔고, 얼마 안 남은 일정 중에도 계획이 있다!)
바자르는 이슬람의 수크, 즉 시장이다.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가장 오래된 시장 중 하나이다.
61개의 거리가 서로 교차하며, 3,000여개의 상점이 들어서 있다.
매일 25만-40만명의 방문객이 찾아오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나도 오늘은 그 숫자 중 하나.
아무래도 무척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보니
이슬람 지역의 수크보다 더 관광지화 된 것 같다.
(어차피 방문하는 곳은 전부 관광지이면서, 그 곳에서 관광지가 아닌 듯한 느낌을 바라는 모순적 욕심)
가장 사고 싶은 물건은 전등.
다채롭게 장식한 조명 기구는 훌륭한 인테리어 아이템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걸 한국까지 멀쩡하게 들고 갈 자신은 없다.
(그리고 왠지 고속터미널 지하상가에도 비슷한 물건을 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명품 브랜드의 모조품을 잔뜩 팔고 있다.
그랜드 바자르에 가죽 상품이 유명하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이게 웬걸,
상품에 전부 프라다와 루이비똥 상표가 찍혀있다.
상인들의 행태도 예전 동대문에서 장사하던 형들 수준. "제발 보고 가, 내가 기막힌 물건 세 개만 보여줄께"
이렇게,
대단히 만족스럽지 못 한 기분으로 일정을 마치며,
시장에서 파는 전등의 인테리어 예시를 보여준 식당
(이렇게 보니 이 것도 별로네,)
2011년 1월 13일 여행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