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1/11 - [trip to_ Middle East/Lebanon] - 레바논 (5) 사이다(Saida; Sidon)
January 12, 2013
이스탄불 도착
밀라노와 중동을 바로 연결하는 저가 항공편이 없어 경유하게 된 도시 이스탄불
그러나 이스탄불을 그저 '거쳐 지나는 곳'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멋진 도시다.
내가 이용한 Sabiha Gokcen 공항은 시내에서 다소 거리가 있어,
이스탄불의 중심지로 이동하기 위해 버스와 케이블카(funicular), 그리고 트램을 이용한다.
각종 대중 교통을 이용하며
'드디어 문명도시에 진입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놓이는 건,
터키, 아니 이스탄불이라는 도시는 아시아와 유럽 양쪽에 걸쳐 있는 도시다.
그리고 Sabiha Gokcen 공항은 아시아 쪽에 위치해있다.
비행기는 나를 아시아의 서쪽 끝에 내려주었고,
나는 육로와 다리를 통해 대륙을 건너는 셈.
술탄 아흐멧 지역 도착.
호스텔이 밀집해 있어 숙박할 곳을 찾기 쉽다.
그러나 이 곳은 엄청난 관광객이 몰려드는 도시,
각종 기념품 상점과 호스텔로부터 손님을 연결하는 삐끼 브로커가 성행한다.
이들은 일단 영어를 수준 급으로 구사하며,
내가 어딜 찾는 지 물어본 뒤 방향을 알려주고, 심지어 그 곳까지 동행하며 대화를 지속하는 끈질긴 방법으로
호객 행위를 한다.
아침 비행기를 타고 온 탓에 오후까지 공복, 일단 밥부터 먹고 시작.
이스탄불 여정의 첫 목적지는 바로,
(너무나 당연하게도)
아야 소피아(Hagia Sophia)
아야 소피아는 현재 박물관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게 되었지만
건축 당시(537년) 동방 정교회 건물로 지어졌고,
13세기 라틴 제국 아래 로마 카톨릭의 성당으로 바뀌었다가-
15세기 중반 이슬람의 정복 이후 20세기 초반까지는 모스크로 존재하여 지금의 모습을 가지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아야 소피아는 건축학에서 매우 중요한 의의를 가지는데,
비잔틴 건축의 전형으로- "건축사에 획을 그은 건물"로 평가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제 내부로 진입.
위 사진에 보이는 가장 큰 입구는 황제만이 이용했다고 하는 대문.
그 위에는 아래와 같은 모자이크 작품이 있다.
Imperial Gate mosaic
예수 - 그리고 그 양쪽으로 가브리엘과 성모 마리아가 묘사되어 있으며,
예수에게 절을 하는 사람은 황제 레오 6세 또는 콘스탄티누스 7세로 추정된다고 한다.
장엄한 분위기의 내부 공간,
돔(dome)
이 돔의 엄청난 크기와 무게를 지탱하는 건축 방식은
현대의 미술사가, 건축가 및 공학도의 연구 대상이라고.
내벽 곳곳에는 아랍 문자의 칼리그라피 작품이 걸려있다.
오토만 투르크의 정복 이후 추가된 미흐라브,
그리고 민바르
성당을 모스크로 용도 변환(?)할 당시,
많은 성화를 벗겨내지 않고 그 위에 회반죽을 칠한 덕분에
후대에 와서 아래와 같은 모자이크를 복원해낼 수 있었다.
그래서 이슬람 사원의 특징을 나타내는 것들에서 시선을 곧장 위로 향하면,
Apse Mosaic
성모 마리아와 그 무릎에 앉아 있는 아기 예수, 9세기 작품
2층으로 향하는 계단
자연 경관도 아닌데 마치 내 자신이 작아지는- 그런 느낌을 줄만큼 웅대하고 으리으리한 조망
Marble Door
종교회의 때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 문을 지나면 모자이크 작품들이 전시된 갤러리가 나온다.
아야 소피아의 가치를 더욱 빛내는 공간.
Deesis mosaic, 13세기 작
예수, 성모 마리아와 세례자 요한
비록 훼손 정도가 심하지만
성화의 인물에 대한 섬세한 표현과 인간적 묘사는 이 작품을-
'아야 소피아 최고의 걸작'이자 '비잔틴 회화의 르네상스가 시작된 지점'으로 평가받도록 만들었다고.
Comnenus mosaics, 12세기 작
성모마리아, 아기 예수, 그리고 양쪽에는 요한네스 2세와 그의 황후 이레네
마지막으로,
아야 소피아로부터 나오는 남서쪽 출입구의 모자이크.
황홀하다는 표현이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의- 위엄 있는 아름다움을 보여준 아야 소피아
(사실, 이어지는 이스탄불 여정에서 '아야 소피아를 마지막에 방문할 걸'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그러나 쉴 틈이 없다.
아야 소피아의 바로 맞은 편, 걸어서 5분 거리에
또한 엄청난 건축물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블루 모스크(Blue Mosque)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술탄 아흐멧 모스크(Sultan Ahmed Mosque)
1609년부터 8년에 걸쳐 건축되었다.
가장 큰 돔을 다른 여덟 개의 돔이 떠받치고 있는 구조
관광객의 내부 입장이 불가능한 예배 시간.
"금방 끝날테니 잠깐 우리 가게에 와서 차나 한 잔 하며 카펫을 구경하지 않을래?" 라고 이야기하는 상인을 겨우 따돌리고
주위를 배회한다.
그리고 문이 열린 블루 모스크-
베이루트 첫 포스팅에서 Mohammed Al-Amin Mosque가 블루 모스크의 동생으로 표현된 적이 있었던가,
베이루트의 모스크가 파란색 돔으로 주목받았다면,
이스탄불의 블루 모스크는 내부를 장식하는 수많은 파란색 타일 덕분에 그런 별명을 가지게 되었다.
교황 베네딕트 16세도 방문하여 명상했다고 하는 바로 그 모스크의 내부
이 모스크에 대한 감상을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조금 아쉬운 곳'
정말 굉장한 모스크인 건 맞는데,
불과 몇 시간 전 아야 소피아를 방문한 덕에 그 엄청난 규모가 크게 자극을 주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고-
따듯한 느낌의 아름다움은 알레포와 다마스커스의 우마야드 모스크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대단하긴 하지만 조금 아쉬운 모스크
도착하자마자 도시의 하이라이트를 모두 방문-
오늘 이스탄불에서 느낀 감탄은 잠을 방해할 것만 같다.
2011년 1월 12일 여행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