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1/14 - [trip to_ Turkey] - 이스탄불 (3) 돌마바흐체 궁전(Dolmabahce Palace),
베욜루(Beyoglu), 골든 혼(Golden Horn), 메이든즈 타워(Maiden's Tower)
January 15, 2011
28일간 계속된 여행의 마지막 날.
오늘도 토큰을 사들고 출발,
트램과 지하철을 번갈아타며,
버스 터미널로 향한다.
마지막날이라고 쉴 수 없지, 라며- 이스탄불 시외로 당일치기 여행.
목적지는 에디르네(Edirne).
이스탄불에서 북서쪽으로 2시간 반쯤 이동, 그리스와 불가리아까지 세 국가가 맞닿아 있는 국경에 위치한 도시다.
시미트(Simit)라고 부르는 터키의 대표적인 간식거리, 깨빵을 먹으며 장거리 이동 시작.
바깥 경치를 구경하는 것도 잠시,
버스에 올랐으니 잠에 든다.
잠에서 깨어 눈을 부비며,
정신이 없어 도시 경관의 사진을 찍는 것은 잊은 채 바로 목적지로 터벅터벅.
또 모스크(!)에 들어가기 전, 에디르네라는 도시에 대한 부연 설명.
이 도시는 콘스탄티노플에 이스탄불이라는 새로운 이름이 붙은 것처럼, 아드리아노플이라는 원래 이름을 가지고 있다.
(둘 모두 예전 이름이 훨씬 멋진데 왜 바꾸었는지 모르겠다.)
콘스탄티노플이 오토만의 수도가 되기 이전-
14세기 중반부터 약 100여년간 수도의 지위는 이 도시, 아드리아토플이 가지고 있었다.
그만큼 역사적으로 유서가 깊은 도시.
지금 입장하는 곳은 에디르네에서 가장 큰, 셀리미예 모스크(Selimiye Mosque)
16세기에 지어진 이 모스크는 이슬람 건축의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로 여겨진다고 한다.
Mimar Sinan이라는 사람에 의해 설계되었다는 이 모스크가 다른 모스크들과 특별히 다른 점은,
모스크 어느 곳에 서도 미흐라브(Mihrab)가 보이도록 디자인되었다는 것이다.
미흐라브, 메카의 방향을 향해 기도하는 사람들
그러고보면 모스크에는 성상과 같은 것이 전혀 없고
건축의 중심이 오직 메카의 방향을 가리키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슬람이라는 종교가 가지는 특수성을 생각해보게 된다.
(예를 들어 카톨릭에는 바티칸이 있지만, 이슬람의 메카가 성지로서 내포하는 만큼의 중요성을 가지지는 않는다.)
이 사람들은 이슬람이라는 종교가 명하는 것처럼 1년에 한 번씩 메카로 순례를 떠나는 것일까,
그렇다면 그 긴 순례길에서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앞서 이야기한 이 모스크의 건축가 Mimar Sinan
술탄이 아닌 건축가의 동상을 세웠다는 점이 색다르다.
셀리미예 모스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비교적 규모가 작은 모스크가 하나 더 있다.
사실 모스크는 이제 질리도록 보아온 탓에
많은 도시에서, 여행기에 언급치 않은, 이름 모를 허다한 모스크를 지나쳐 왔다.
그럼에도 오늘 에디르네 행에 있어 가장 큰 목적은 바로 이 작은 모스크다.
적어도 나에게는 앞서 본 셀리미예 모스크보다도 오히려 중요도가 큰 곳.
그 이유는-
올드 모스크(Old Mosque; Eski Camii)라고 불리우는 이 곳이 아랍 문자 칼리그라피로 꽤나 알려진 곳이기 때문이다.
아야 소피아의 내부를 장식하던 칼리그라피를 기억하며, 이 곳은 어떨지 기대해본다.
외벽으로부터 그려진 아랍 문자
내부에 세워진 모든 기둥의 사면에 문자가 그려져있다.
문자가 무얼 의미하는 지 알았으면 더 좋을텐데.
벽에 유난히 크게 그려진 이 문자는 마흐무트 2세의 서명을 양식화한 것.
"Mahmud Khan son of Abdulhamid is forever victorious"라 읽는다고.
(나중에 인터넷 검색을 통해 뜻을 알고나니 조금 유치하다고 느껴지는 게, 차라리 모르는게 나았을지도- 하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하나 하나가 신기하기만 한 서예(calligraphy)
밑으로는,
사진도 정리하기 힘들었던 (나에게는 문자가 아니라 그림으로 보이기 때문에, 나중에 보니 중복된 사진도 많았던 것)
각 기둥의 문자 예술
그 밑에서 기도하는 무슬림.
저 문자에 담긴 특별한 의미를 위해 기도하는 걸까,
이렇게 좋은 구경을 하여 흡족한 기분으로 에디르네 일정을 마치고, 다시 이스탄불로.
이제는 쉽게 맛볼 수 없을, 향신료가 잔뜩 들어간 식사를 한 뒤
마지막 여정은 어제 충분히 돌아보지 못 한 갈라타 지역에서 마무리하기로.
이렇게 불을 밝히고, 많은 사람이 밤을 즐기는 곳,
갈라타 타워(Galata Tower)
술을 잘 하지 못 하는 나도, 오늘은 마지막인 만큼
터키의 대표 맥주 에페스를 한 병 들고-
Karakoy(Galata의 새 이름)의 거리를 걷는다.
밤이 깊어갈 수록 더욱 붐비는 골목들
북적거리지만 불쾌하지 않다.
유럽에서 흔히 보이는 거리들과도 비슷하지만 이스탄불만이 가질 수 있는 이국적 느낌이 더해지는 것 같다.
활기차면서도 야단스럽지 않은 분위기의 밤,
내가 유난히도 좋아하는 노천의 좌석이 나를 사로잡아,
나도 이 곳에서 생활하며 현지인들 틈에 섞여 주말 밤을 즐길 수 있었으면, 하는 환상을 가져본다.
이처럼, 마지막이면 꼭 아쉬움이 남게 마련,
그래도 어제 걸었던 길을 그대로, 숙소를 향해 걷는다.
주머니에 남은 터키 화폐를 세어보고,
여윳돈으로 호스텔 앞의 식당에서 차와 간식을 즐긴다. (여행 중간 쉽게 부릴 수 없었던 사치)
여행 끝자락에서 밝게 빛나며,
추억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준 도시- 콘스탄티노플도, 안녕.
2011년 1월 15일 여행기, 끝.
다음 글 - [trip to_ Middle East] - Epilogue: 중동 여행기를 마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