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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ember 29. 2010
Siq al-Barid.
Wadi Musa(와디 무사)로부터 8km쯤 떨어진 곳에 위치한, 리틀 페트라라는 별명을 가진 협곡.
이 곳 또한 암벽을 조각함으로써 건축을 대신했다.
아주 좁은 입구.
규모는 페트라에 비할 바가 못 되지만, 마찬가지로 기묘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게다가 찾는 이가 많지 않아 한적한 유적지는, 구경하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400m 길이의 (비교적) 작은 협곡.
나바테아인의 집 천정에 그려진 프레스코화.
포도넝쿨과 꽃, 새 등이 그려져 있다.
몇 점 남아있지 않은 나바테아인의 그림 중 하나라고 한다.
팀원들 대부분이 좋은 전망을 위해 Siq의 끝을 향할 때,
나는 혼자 암벽을 등반하고 있다.
30분도 안 되어 팀원들이 모두 내려왔고, 가이드는 벌써 버스로 이동한다고.
다른 이들과 엇갈려 움직이려던 애초의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다.
빠져나오는 길.
와디 럼(Wadi Rum) 가는 길. 날이 흐리다.
사막,에서 비라니.
무함마드 아저씨가 이야기한다. 와디 럼에서 보기 힘든 비 오는 날이라고. 연중 강수량이 몇mm 되지도 않는 이 곳에서.
가는 날이 장날이구나.
어쨌든 이렇게 4륜 구동 지프차를 타고 사막 탐험은 시작된다.
같은 차를 탄 일행들. (이미 다들 너덜너덜해졌…)
Excursion은 지프차로 사막을 질주하다가, 명소 세 군데에 멈추어 잠시 구경하고 떠나는 일정이다.
그 첫번 째 장소가 이 곳, 현지 베두인 캠프.
다시 지프차는 사막을 가로지르고,
이어서 두번 째 정류지.
솟아오른 암벽 사이로, 깎아지른 듯 가파르게 길이 나있다.
'아라비아의 로렌스 ' 촬영 장소라고도 한다.
이 지점에서 무함마드 아저씨가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의 이야기를 꺼낸다.
그리고 이제 Excursion의 마지막, 사구.
'사막'이라는 이름이 환기하는 가장 대표적인 이미지가 아닌가 싶다.
밑에서 이 광경을 바라보며, 단숨에 뛰어 올라갈 만한 높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모래언덕을 오르는 일은 보기보다 힘들다. 발을 50cm 내딛었다면 30cm는 미끄러지기 때문에.
오르는 이들 모두가 거칠게 숨을 내쉰다.
그리고 힘겹게 오른 자의 눈에 펼쳐지는 광경이란,
내가 좋아하는 영화 'Vanilla Sky'에서 묘사한 바닐라 스카이와 너무 흡사한 하늘.
아름다운 광경을 묘사하는 영단어 'breathtaking'처럼 숨이 멎을 듯 놀랍다는 표현보다는
차라리 가슴을 뜨겁게 달구는, 그런 편안한 아름다움이다.
시각적인 매체는 홀로 감동을 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청각적 요소, 혹은 서사구조와 결합했을 때에야 비로소 감명을 전달할 수 있다고.
그러나 지금 중동 여행을 한 지도 오랜 시간이 지나고,
여행기를 쓰며 다시 사진을 보게 되는 이 순간에도
가슴이 뜨겁게 벅차오르는 감동이 다시금 전해져 온다.
그렇게 이 짧은 시간은 나의 중동 여행기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되었다.
사진 컨셉 구상하다가 어색하게 찍혀버린.
그리고 그 사진을 찍어준 호주인 친구.
우리가 흔히 알고 있듯, 그들 대부분은 여행을 하며 사진을 찍을 때
상반신이 사진의 반쯤 차지하고
나머지 반은 배경이 어디인지 알아볼 수 있을, 그런 사진만을 찍는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나의 컨셉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인물 사진을 찍을 때에는 사진 찍는 이가 몸을 낮춰서,
인물을 정면에 두지 않고,
그리고 피사체가 되는 나는 카메라를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게,)
따위를.
그는 연달아 사진 몇 장을 찍어주더니
놀랍다는 듯
자기도 그렇게 찍어달란다.
그리고 귀엽게 나를 따라한다.
사막 Excursion을 마치고 다시 버스에 오른다.
오늘은 사막에서의 야영(野營)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Excursion의 마지막이 그 장소가 될 줄 알았는데, 다시 어디론가 이동을 한다.
도착한 곳은 나의 상상과는 전혀 다른 곳이다.
나의 상상이라면, 칠흙같은 어둠, 사방이 지평선인 그런 사막 한가운 데.
군대에서 쓰는 그런 20인용 텐트와 냄새나는 침낭 따위.
그런데 버스가 다닐 수 있을 정도로 길이 잘 닦인 도로의 끝에(!)
조명을 밝혀놓고
텐트를 배정한다. 싱글, 트윈, 트리플 룸(!)
텐트 안에는 역시 전기가 들어와 조명이 밝혀져있고 편안한 침대 또한 준비 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샤워시설을 갖춘 화장실이 딸려 있다.
하. 예상치 못한 좋은 시설에 실망하기도 하는구나.
그런데 어디선가 들려오는 시끄러운 음악 소리가 들려온다.
하 나참.
나름 턴테이블까지 갖춘 바가 있고 그 안에서 베두인이 바텐더를 하고 있다.
어찌 됐든 다들 음료 한 잔 씩을 손에 들고 테이블에 모여 앉아 저녁을 기다린다.
땅 속 깊은 곳에서 훈제된 닭요리.
저녁 식사를 마치고 이어지는 파티.
베두인 바텐더들이 팀원들 중 여자들을 데려가 전통 춤을 가르쳐주고 있다.
내가 볼 때 이들은 베두인이 아니라 베두인을 가장해 고용된 레크레이션 강사다.
그렇게 신나는 밤은 계속 되지만 나는 혼자 뾰루퉁.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
무작정 캠핑 장소를 나온다.
사실 이곳은 여행 기간 중 가장 큰 기대를 하고 온 장소이다.
내가 사막이라는 장소에 처음 와 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3년정도 먼저 이곳에 들렀던 아버지의 여행기(http://www.ihanssem.com/syjo.htm)의 영향이 컸다.
아버지는 와디 럼에서의 석양과 그 느낌을 이렇게 묘사했다.
사막에서의 석양
좋은 경치를 구경하는 것은 덤이다.
사막 한 가운데서 사막에서 지는 해를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으니
내 영혼의 존재가 느껴지기 시작한다.
삶의 피할 수 없는 중량감 속에서 박제가 되어 버렸던 내 영혼이
이제 자유스러워지기 시작한다.
모든 것이 일상화되어 버린 삶 속에서 침잠되어 가던 내 영혼이
새 생명을 가진 듯 (飛翔)하기 시작한다.
(정지된 시간 속에 갖혀 버린 듯 오랫동안 말없던 아내의 느낌)
어머니가 느끼고 이야기한 것을 아버지가 글로 표현해보았다고.
부모님이 느꼈던 정지된 시간, 영혼의 비상을 나도 느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나는 사막을 너무나도 기대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어두움, 그리고 바람 외에는 아무 것도 느낄 수 없는 정적을 원했던 것 같다.
방향도 없이 20분쯤 걸었을까,
캠프의 조명과 발전기 돌아가는 소리가 희미해진다.
모래 위에 가만히 앉아,
불빛도 소리도 전혀 느껴지지 않을 때까지 조금 더 걸어가볼까,
생각해보니 돌아갈 일이 걱정된다.
내가 무슨, 별자리를 보고 방향을 잡는 목동도 아니고.
다시 터벅터벅 캠프로 돌아와서, 무함마드 아저씨에게 일출시간을 묻는다.
아저씨는 6시쯤 된다며, 해 뜨는 모습이 가장 잘 보인다는 산을 가리킨다.
5시 반 알람을 맞추고 취침.
2010년 12월 29일 여행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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