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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의 얼굴, 신시청사 (Neus Rathaus)
9개의 노선이 지나다니는 Marienplatz역. 그 계단을 걸어 올라가는 나에게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하늘을 찌를듯한 시청의 첨탑이다. 이렇게 웅장한 건물과 갑작스레 몇 발자욱 앞에서 마주하게 되면, 그 존재에 순식간에 압도당하게 된다. 밀라노의 두오모를 처음 보았을 때에도 같은 느낌이었다. 멀리서부터 건축물의 형태를 인지하고 그 것을 향해 걸어가며 하는 기대라는게 있는데, 이렇게 거대한 고딕 양식의 건축물이 지하철역 바로 앞에 위치한 다는 것은 그런 기대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마치 눈가리개를 풀어주는 깜짝 파티처럼. 순간 숨이 멈췄던 것 같다.
뮌헨의 중심, 뮌헨의 상징. 겉늙은 외모와는 달리, 나이는 100살을 겨우 넘겼다고.
주말이라 관광객과 현지인들로 붐비는 모습이다.
광장을 돌아다니며 이 거대한 건축물을 멋지게 담아낼 구도를 찾아보지만, 시청사가 다른 건물들로 빼곡히 둘러싸여 있어 쉽지 않다.
그러던 중,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락 음악이 들린다. 썩 반갑지 않은 소리지만 좇아 보았다.
단순한 공연은 아니고, 모피 이용을 반대하는 퍼포먼스인 것 같다. 잠시 후 이들은 공연을 끝내고 가두 행진을 시작한다.
이런 이들을 보고 독일이 선진국임을 느꼈다고 하면 조금 억지스럽게 들릴까.
학생들이, 도시 복판에서, 멸종 위기의 동물을 위해, 공연을. 쉼표로 구분한 사실들 하나 하나가 나로 하여금 그런 생각을 하도록 만들었지만, 쓸 데없이 길어질 것 같으니 일단 생략 ;)
이쪽은 마임.
칠이 너무 그럴 듯 해서 동상으로 착각했다.
모자 안으로 던져지는 동전 소리에 익살맞는 움직임을 보여준다.
정오, Glockenspil(글로켄슈필)
신시청사 시계탑, '실제 사람 크기의 인형들이 특수 장치에 의해 정교한 인형극을 펼친다.'는 내용의 여행지 소개 글을 봤던 기억이 난다. 마침 시간은 정오가 가까워졌고, 시계탑의 종이 울리자 광장 내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위를 향한다. 나도 그들을 따라 종탑의 인형들을 한창 바라봤다. 뭐, 결론만 짧게 이야기 하자면, 태엽을 감아주면 돌아가는 장난감을 10분동안 바라보는 느낌 정도?
어쨌든 정오도 지났고, 시계탑 덕분에 점심시간이라는 건 확실해졌다.
내가 찾은 곳은 역시 신시청사 건물 내에 위치한 라츠켈러 (Ratskeller).
독일 정통 요리들로 유명한 레스토랑이다. 그래서(?) 결국 오늘 최대 지출 장소
다른 이들의 여행기처럼 잘 차려진 한 상을 찍으보려 했다. 첫 시도 치고 잘 한 것 같긴 한데, 요리보다 먼저 나온 맥주를 참지 못하고 한 모금 넘겼다. 그래도 거품만 살짝.
왼 쪽의 요리는 슈바인학세(Schewbeinhaxe). 독일식 족발, 이라고 보면 되지만 삶거나 훈제하는지는 않고 튀겨서 요리한다. 정말 바삭하게 나오고, 양념은 조금 짠 편. 맥주와의 궁합이 너무 좋다. 종업원이 주문 내용 확인해준답시고 "슈바인ㅅ하ㅋ쎄?!" 이런 발음으로 묻는 걸, 괜히 깜짝 놀랐다. 왠지 독일어 욕 같고 좀 그렇다. 오른 쪽의 맥주는 라들러(Radler). 요리보다도 더 만족스럽게 비웠다. 맥주와 정체 모를 음료를 섞은 혼합주인데, 달콤하면서 시원하다. 호가든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라들러에도 반하게 될 듯! 하지만 맥주 본연의 쌉쌀한 맛을 고집한다면 비추천.
비용 20.7유로
이 엄청난 규모의 레스토랑에서의 활기찬 분위기를 사진으로 담고싶은 마음이 없지 않지만, 식사하는 사람들 코앞에서 카메라 들이미는 것도 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점심은 후딱 해치우고, 다시 광장으로.
프라우엔 교회 (Fauenkirche)
뮌헨에서 가장 큰, 16세기 고딕 양식의 성당
소박한 내부. 흰 색 벽 칠이 교회의 이미지를 수수하게 만든다. 그래서 공중에 매달린 거대한 십자가는 더욱 돋보인다.
제단 뒤 편의 그림. 그림 위쪽의 창을 통해 빛이 내려와서 그림 속 천상의 예수를 밝게 만든다.
이 배치는 우연일까.?
역시 소박해 보이는 교회일지라도 스테인드글라스만큼은 화려하다.
제단 뒤편에 교회 입구 방향으로 계단이 나 있고, 그 계단은 지하의 방으로 통한다. 이 공간의 용도가 궁금하다.
마리아가 예수를 안고 있는 그림이 인상적이다. 분명 성화인데 뭉크 그림 같은 느낌.
제단 앞에 정면으로 펼쳐진 신자석 외에도, 교회 양 벽면으로 둘 셋쯤 들어가 기도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St. Peter's Church.
역시 마리엔 광장 근처에 위치한 성당.
뮌헨이라는 도시가 건설되기 이전부터 수도사들이 모여살았고,
12세기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교회가 건축되었다가,
14세기 고딕 양식으로 확장,
17세기 들어와 르네상스 첨탑과 바로크 양식 성가대가 추가되었다고 한다.
조금 전 보았던 프라우엔 교회와는 달리 화려하다.
같은 색 벽면이지만 천정화와 금빛 장식품들이 더해져 성당이라기 보다 궁정 같은 느낌을 준다.
엘리베이터는 없고, 계단을 통해 올라갈 수 있다. 계단이 한 사람만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좁아서, 올라가는 쪽과 내려오는 쪽이 마주치면 한 쪽이 난간을 향해 비켜 서줘야 한다. "Danke" 이 곳에서만 10번 이상 말하고 들었다.
올라가는 길은 꽤 힘들다. 계단만 약 10분정도를 오른다.
숨이 차오르고 땀이 나기 시작할 때 쯤 눈 앞에 펼쳐지는 뮌헨의 전경.
왜 사람들이 유럽 여행을 하면서 항상 날씨 타령하는지 알 것 같다.
날씨가 흐리면 당시의 감상 뿐 아니라 사진도 망치기 십상이다.
그래도 나는 높은 곳이면 무조건 좋다. 누구나 가슴이 탁 트이는 높은 곳의 경치를 좋아하게 마련이지만, 나는 좀 유별나게 이 기분을 즐긴다. 지금도 한국에서 가장 그리운 장소라면, 종로 일대에서부터 남산까지 한 눈에 펼쳐지는 우리 학교의 법학관 옥상이다. 수업도 없는데 수도 없이 들렀던 그 건물.
서울에서만 볼 수 있는 그 찬란한 야경은 이 곳 유럽에서 기대할 수 없을 테지만, 또 이 곳만이 가지는 매력이란 게 있다. 시내 중심의 가장 큰 성당 한 두 개를 제외하고는 건물이 전부 낮다는 거. 정말 뻥! 하고 뚫리는 느낌이다.
마리엔 광장을 거니는 사람들.
이제 광장은 안녕, 다음 목적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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