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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엔 광장을 벗어나 향한 곳은 뮌헨의 미술관. 오후 일정의 목표를 ‘미술과 친해져 보기’로 정했다.
뮌헨에는 Alte Pinakothek, Neue Pinakothek, Pinakothek der Moderne (작품 연대 순서) 미술관 3형제가 있다. 마리엔 광장 근처에서 트램을 타고 이들이 모여 있는 ‘Pinakothekien’ 까지 갈 수 있다는데, 나는 노선을 찾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다시 지하철을 이용한다. U2 Theresienstraße 역에서 내려 올라오면, 위의 사진처럼 생긴 건물 세 개가 보인다. '미술관인가보다, 가깝네!' 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아직도 무슨 건물인 지는 모르겠다.
행인들에게 물어 물어 미술관 바로 옆 까지 도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에는 그 건물이 내가 찾는 그 곳인 줄 몰랐다.
그도 그럴 만 한 게,
미술관임을 알리는 표지판이라고는 저 조그마한 녀석이 전부였다.
정말 미술관이 맞는지 확신에 차지 않아 조심스레 대문을 열고 들어가니, 데스크의 직원이 맞아준다.
친절하게 입장권과 안내도, 옷에 거는 핀을 건네준다.
학생 입장 5유로.
렘브란트, 다빈치, 보티첼리. 나와 같은 예술에의 문외한이 들어도 알만한 화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나중에 검색을 통해서 알았지만, 이 곳 Alte Pinakothek은 세계 6대 미술관 중 하나이며 독일에서 가장 크다고 한다.
미술관이 가장 자랑스럽게 내놓는 루벤스 컬렉션. (내부 촬영이 가능하다.)
그 크기와 방대함에 입이 떡 벌어진다. (사진에 나온 사람과 비교하면 그림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최후의 심판>
솔직히 고백하자면, 위에 열거한 시대를 대표하는 화가들의 어떠한 작품도 나에게 큰 영감을 주지 못했다. 당시에는 화가와 작품의 명성이라는 게 왠지 모르게 꼭 엄청난 전율을 느껴야만 할 것 같은 의무감 (!) 을 줘서, 그러한 순간을 기다려 보겠다며 작품 앞에 한참을 서 있었다. 멀리서, 가까이서, 그리고 양 대각선에 앉아서. 그러나 그 의무감이라는 게 실제로 감동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게 어쩌면 TV 보는 것과 같은 이치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 웃겨봐라’ 하는 마음으로 개그 프로그램을 시청하면 정말 하나도 안 웃긴 것처럼. 아니, 쓰고 보니 비유가 잘못된 것 같다. 개그 프로그램은 그런 삐딱한 자세가 아니더라도 재미 없다. 어쨌든 그렇게 나는 4년 전 교양수업 시간에 배운 예술사조의 디테일까지 생각해내려 애쓰다 보니 (건진 건 전혀 없었다) 마음의 여유가 없었는지도. 역시 공부는 미리 해야.
위에서 보이는 큰 전시실들의 뒤편에는,
공간을 나누어 16-17세기 이탈리아, 독일, 네덜란드, 그리고 플랑드르 미술 작품을 전시한다.
아래는 관내 전시된 작품들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그림.
Antonio Canaletto 라고 하는 베네치아 화가의 작품이다.
왼쪽은 Francesco Guardi 라는 이름의, 역시 베네치아 출신 화가 작품.
마음에 드는 그림 몇 점만 찍어 왔는데, 화가의 배경이나 기법 면에서 나름 일관성이 있는 듯하다. 이렇게 자신의 취향을 찾아가는 건가…라며 흐뭇해하고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좋아하는 화풍이 ‘기계적 사실주의’라니! 감수성의 부재를 여실히 드러내는 것 같아서 슬프다.
미술관을 나와서 시계를 보니 4시 30분경. 3시쯤 미술관 앞에서 내가 했던 생각이라면,
'고전 회화보다 현대 미술에 더 흥미가 가니까, Alte Pinakothek을 30분만에 둘러보고 나와서 Pinakothek der Moderne로,
이렇게 관람을 시작했었다. 물론 이 것은 큰 실수였다. 이 미술관은 그저 걸어 들어가서 한 바퀴 돌고 나오기만 해도 30분은 걸릴 크기였다. 모든 미술관의 폐관 시간은 5시였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개관연장?) 다음 미술관으로 향했으나, 미술관 직원이 심각한 표정을 하고 묻는다. "7유로 내고 입장 해서 10분만에 나올 수 있겠냐"고. 나는 무슨 생각으로 뮌헨에 당일치기 여행을 왔을까… 라고 후회하게 만드는 순간이었다.
인터넷 여행 정보 카페에서 누군가 ‘아쉬워야 다시 온다’고 했다. 그래, 언젠가 다시 뮌헨에 올 명분이 될지도 모르지, 라며 발걸음을 뗐다.
다시 지하철 역으로 향하는 길.
오후 다섯 시가 넘어가는데, 이제서야 구름이 조금씩 걷히기 시작한다.
흑백으로 처리 해보고 싶은 사진이다.
이 사진이 내가 바라보는 독일, 내가 추억하는 뮌헨의 이미지에 가장 가까운 것 같다.
(사진 편집 프로그램으로 채도를 0으로 조작해놓고! 이러고도 미술은 사실주의 회화에 끌렸다는 거, 아이러니인가?)
이제 미술관 및 박물관은 물론이고 궁전, 정원 등 모든 관광지가 문을 닫는 시간이다.
그래서 목적지는 정해졌다.
뮌헨의 축제, 그러나 뮌헨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옥토버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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