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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엔 그냥 지나쳤던 Theresienwiese.
연중 2주간 열리는 맥주 축제를 위해 나머지 11달 2주를비워놓는다는 거대한 광장.
날이 저물어갈 즈음 다시 찾았다.
광장의 한 쪽 입구.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아침에도 사람들은 많았고 시끌벅적 했지만, 이렇게 어수선하지는 않았다. 그 때는 다들 입장하겠다고 줄을 서 있었으니까.
하루 종일 구름에 가려져 있던 하늘이 이제서야 모습을 드러낸다.
반가운 마음에 초점을 하늘에 두고 사진을 찍기 시작한다.
광장의 한 쪽은 놀이공원.
롯데월드에서 많이 보던?!
놀이기구라면 어릴 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좋아하는 나지만,
일단 학교 친구 누구라도 만나서 일행을 만들어야 했기에 계속 걸어간다.
그러나. 이런 광장에서 누굴 찾겠다고…
일단 광장을 한 번 가로지르는 동안 ‘아는 사람 만나기’에 실패했다.
하루 종일 걸어 지친 다리도 좀 쉬게 해줄 겸 언덕에 앉았다.
옆에서 한 무리가 내가 가진 사진기를 보고, 자기들 좀 찍어달란다.
이야기해보니 이탈리아노들.
이젠 이탈리아인들이 고국 친구 같고 반갑다.
이 사진을 굳이 올리며 이야기하고 싶은 건, 누가 “이탈리아에 오면 거지도 장동건”이라고 했던가.
정말?
심지어 이들 중 제일 못 생긴 놈이 나보고 일본 사람이냐고 묻는다. 한국 사람이라고 말해줬지만 그는 ‘사요나라’니 뭐니 주워들은 일본어를 뽐내기 시작한다. “나 한국에서 왔다니깐?” 그러자 사무라이 이야기로 빠져든다. 술을 좀 많이 마셨나 보다. 취객과 나누는 이야기는 한국이든 이탈리아든 독일이든 유쾌하지 못 하다.
서둘러 작별하고 다시 학교 친구들을 찾아 나선지 5분 쯤,
의외로 쉽게 만났다. Daniella와 Mauana, 브라질 교환학생들. '잘됐다, 얘네랑 맥주 마시러 가야지' 싶었는데 이 친구들은 이미 두당 맥주를 8L쯤 마셨다며, 그러다보니 가지고 온 돈도 다 썼단다.
사람이 맥주를 8L씩 마시기도 하는구나.
덤으로 만난 스페인, 포르투갈 교환학생들과 목적 없이 돌아다닌다.
그러다 전통 의상 입은 독일 사람들 만나면 기념 촬영.
하지만 나는 이제부터 즐겨야 하기에, 대충 작별을 고하고 다른 친구들을 찾아본다.
그러는 동안 해는 다 저물고,
축제 분위기는 무르익어간다.
사실 난장판이 되어간다,는 표현이 더 적절한 것 같다.
구급대원들은 호루라기를 불며 뛰어다니고, 광장 입구에 대기하는 앰뷸런스는 쉴새 없이 환자들을 이송한다.
올 해로 200주년을 맞는 옥토버 페스트의 밤.
올 해는 전 세계에서 640만명이 이 축제를 방문, 700만리터의 맥주를 마셨다고 한다.
다시 친구 찾아 헤매기를 30분쯤. 이번엔 Sofia와 Lauren을 만났다. 스웨덴과 핀란드에서 온 교환학생.
그러나, 이 친구들은 술을 전혀 안 마신단다.
“그럼 여기 왜 왔어?!”
옥토버페스트가 궁금해서 오긴 왔는데, 이 광장에 무려 12시간 동안 머물렀더니 지겹고 춥고 힘들다며 집에 가고 싶단다. 얘네도 상태 안 좋은 건 마찬가지지만, 이제 곧 밀라노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고 해서 그냥 이 친구들과 마지막을 함께하기로 했다.
광장을 돌아다니던 중 모히토를 파는 가게를 발견하고, ‘맥주가 아니면 어떤가’ 라며 칵테일을 한 잔 들고 축제 분위기를 느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독일, 맥주축제 옥토버페스트, 추운 밤에 모히토라니. 난 참 안 어울리는 짓을 잘도 하고 다닌다.
따뜻한 곳을 찾아 들어간 Zelt.
베를린의 어느 로펌에서 동료들끼리 왔다고 했다.
인상이 너무 좋다.
그런데 자꾸 옥토버페스트 올 때는 자기처럼 제대로 입어야 한다며,
한 말 또 하고 또 하기 시작…
이렇게 나의 첫 day trip to Munich,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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