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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uary 1, 2011
2011년 새해 첫 날.
이라고 적고 있지만 사실 여행 중에는 이러한 날짜가 별로 와닿지 않는다.
아랍 국가 휴일인 금요일을 제외하면,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도 인식하지 않고 지내게 된다.
단지 여행 중의 하루고,
항상 처음 방문하는 도시에서 새로운 것들을 접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기 때문인 것 같다.
어쨌든 오늘은 케밥으로 아점을 해결하고, 길을 나선다.
아침이 되어 다시 마주하는 도시, 알레포(Aleppo)
그 중심에 서있는, 도시의 상징이라 하기엔 귀여운(?) 시계탑.
시리아에서의 첫 날인 오늘은
일단 시내에서 먼 곳부터, 라는 생각으로
알레포에서 30km정도 떨어진 Qal'at al Samaan(Church of Saint Simeon Stylites)에 방문하기로 결정.
지도를 따라서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는데, 역시 매표소 같은 건 없다.
기사 아저씨들이 기다리고 있다가 행선지를 물어보고, 수십대의 봉고 중 타야할 차를 알려준다.
오늘의 날씨 - 매우 맑음.
봉고에는 프랑스에서 여행온 가족이 합승.
그 중 어머니가 이탈리아 태생이라고 - 하찮은 이탈리아어로 대화를 시도하고,
"Bravo," 잘 한다는 칭찬에 으쓱.
하다보니, 오늘의 목적지에 도착.
오늘 방문하는 유적은 우리나라 말로 '주상성자 시미언'의 교회.
5세기경 지어져, 비잔틴 양식의 교회 중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한다.
유적이 고산지대에 위치해 있어, 주위 풍광이 훌륭하다.
위 사진 앞에 보이는 것은
시미언 성인이 올라가서 37년동안 내려오지 않았다는(...) 기둥.
원래는 15m 높이였는데, 순례자들이 많이 가져가는 바람에 지금은 2m 높이만 존재한다고 한다.
그리고,
꼭 이 곳이 성지라고 이야기해주는 것만 같은 하늘.
유적을 돌아보고 나오는 길.
유적 앞에 차를 대기하고 기다리던 기사가, 근처 6km쯤 떨어진 마을에서 버스를 환승하게 해주겠다며 200파운드를 내란다.
알레포에서 유적까지 20파운드를 내고 왔으니, 1/5밖에 안 되는 거리를 10배의 가격으로 가겠다는 거다.
주변이 전부 허허벌판이고 우리에겐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이런 똥배짱을 부릴 수 있다.
이러한 행태는 사실 론플에 나올 정도로 굳어진 관행이고, 때문에 나도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출발하기 전부터 말도 잘 안통하는 기사와 싸우고 시작할 게 아니라면,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좀 전 같이 동행했던 왔던 프랑스인 가족이 나타나,
"싫으면 걸어가든가," 라는 얄미운 기사의 태도에
"okay then, bye" 라며 쿨한 인사를 한다.
가장 가까운 마을까지 걸어서 한 시간 반 거리.
그 가족은 당황한 나에게 "이 나라에서는 안 되는게 없어,"라 말하며,
자신만만하게 걷기 시작한다.
재밌네, 라며 나도 따라 걷기 시작.
가족 중 한 명이 아랍어를 조금 해서,
중간 중간 상점에 들러 차 있으면 좀 태워달라고 부탁하기도 하고,
잡동사니를 팔기 위해 들러붙는 꼬마 아이에게는 혹시 비행기도 파냐는 농담도 하며,
그렇게 계속 걷는다.
'이렇게 더운데 계속 걸어야 하는 걸까,' ''몇 시까지 어디에 도착해야 하는데,' 하는 걱정 따위는 보이지 않는다.
그저 유쾌하게 걷다가, 지나가는 차를 세워 물어보기를 몇 번,
결국 마을까지 간다는 차(신기하게도, 우리나라의 마티즈)를 찾아,
가장 먼저 나를 태운다.
한사코 괜찮다고 사양해보지만,
어차피 그 쪽은 네 명이라 소형차에 탈 수 없다며.
이렇게 여행 중 최초의 히치하이킹을 경험.
결국 10분쯤 차를 타고, 안전하게 부근 마을에 도착.
작은 마을이라 버스 터미널같은 건 없다.
차를 운전하던 친절한 부부는 물어 물어 알레포로 돌아가는 봉고를 찾아준다.
말은 잘 통하지 않지만 고맙습니다, 라는 뜻의 "슈크란"을 연달아 외치며, 그 마음이 전해지길 기대해 본다.
그렇게 다시 돌아온 알레포.
이미 어둑해진 시간, 그래도 알레포의 이곳저곳을 구경하기 시작.
지도를 보고 수크를 향해 걸었는데,
바로 옆의 모스크가 먼저 눈에 띈다.
우마야드(Umayyad) 모스크.
알레포에 왔다면 꼭 보아야 할 곳이라 날을 잡고 방문하려 했는데,
아름답게 밝힌 조명에 절로 발걸음이 향한다.
예상 외로 문도 열려 있다.
알고 보니 그들의 종교 의식이 곧 행해진다.
위엄스레 솟은 미나렛.
외부에서 courtyard로 들어가는 길.
방대하고 찬연한 courtyard
완전한 일몰 직전의 잿빛 하늘, 그리고 따듯한 조명을 받는 미나렛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courtyard에는 의식에 들어가기 전 몸을 깨끗하게 하기 위한 샘터(ablution fountain)가 두 개 지어져있다.
그리고 카메라를 든 이방인을 발견하고 신이 난 아이들.
마침 그들의 종교 의식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고,
나는 꺆꺆대는 아이들에 둘러싸여 너무나도 쉽게 다른 이들에 발견될 수 있었다.
그래서 - 나는 haram(내부)에는 들어가보지도 못하고 쫓겨났다.
기둥과 바닥의 돌이 반사하는 조명의 빛깔에 달뜬 마음은 뒤로하고,
안녕. 꼭 다시 올께.
모스크에서 쫓겨나, 수크로 향하는 길의 초입.
그런데 이 시점에 카메라의 배터리가 수명을 다한다.
알레포의 시장통 al-Madina는 좁고 긴 골목이 미로처럼 이어져있는데,
꼭 사진으로 담고 싶을만큼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말로 설명하면 뭐하나 - 수크 너도 꼭, 다시 방문해서
다음 포스팅에 담아줄께.
2011년 첫 날 여행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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