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시작 - [trip to_ Middle East] - 2010-2011 Middle East + Istanbul
January 16, 2011
2010년 말에 시작되었던 긴 여행을 마치고,
다시 밀라노로.
Gennaio 17, 2011
(꿀잠)
Gennaio 18, 2011
긴 여행을 끝내고-
마음의 양식은 채웠을지언정 몸은 너무 지친 탓에
다음 학기가 개강할 때 까지는 기숙사에서 밥먹고 잠만 자겠다고 결심했지만,
한 달간 눈만 뜨면 움직이던 습관 때문인지, 몸이 근질 거린다.
마침 밀라노에서 달리(Salvador Dali)의 전시회를 열었다는 소식을 듣고 외출.
두오모 오랜만!
그리고 두오모 바로 오른 편에 위치한 Palazzo Reale (Royal Palace)
밀라노 포스팅에서 소개한 적은 없지만, 중세의 수 세기 동안 밀라노의 정부 청사 역할을 해온 중요한 건물이다.
지금은, 내가 이 곳을 들리는 목적과 같이 전시와 박람회의 기능을 하고 있다.
입구는 달리가 남긴 명언으로 시작된다. 영어로 번역하면
After being enchanted by the sight of your favorite landscape ... I order you not to see it again ...
must remain buried in your memory.
여행기를 마치며 에필로그를 쓰는 이 시점에서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문구.
그리고 역시 전시회 내부는 촬영이 금지되어있다.
유일하게 촬영을 허하는 곳
달리의 작품, 그리고 이를 현재에 사람들이 감상하는 방법이 절묘하게 조화한다.
August 19, 2013
에필로그는- 위의 날짜에서 보이는 약 2년 반의 시차에 대한 변명으로 시작해야 할 것 같다.
2년 7개월은 정말 화살같이 지나갔다.
밀라노의 교환학생으로 돌아와서 남은 한 학기를 마치고 또 한 달을 여행한 뒤,
(밀라노에서 감상에 젖어있던 어느 날의 포스팅에서 적었듯) 한국에 돌아가 "사회 생활의 문턱에 직면"했다.
학교를 9학기까지 등록하고 심지어 한 학기 더 유예한 상태로- 여차저차 취직을 하게 되었으며,
지금은 졸업을 며칠 앞두고 회사에서 연수 중이다.
계속해서 찾지 못할 것 같았던- 마음의 여유가 없는 팍팍한 생활 속에서 여행기에는 손이 가지 않았다.
그래서 중동 여행의 중반부 -요르단의 페트라- 에서 2011년의 여행기는 중단했다가,
2년이나 지난 지금에 와서, 밀린 방학 숙제를 하는 초등학생처럼 뒤의 절반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그러나, 여행 수필은 현재형으로 적어 생동감 있게 전달한다는 중학교 국어 시간의 수업 내용을 실천했고,
뻔뻔하게 게시 날짜까지 2011년의 여행 당일로 기록했다.)
재미있는 건, 지금 이 시점에 아직 나는 '사회 생활의 문턱'을 넘어서기는 커녕,
겨우 문지방을 밟고 있는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현재 인턴 생활을 4개월 쯤, 내가 취직한 곳은 채용한 직원의 80% 정도가 1년을 버티지 못 하고 잘리거나 스스로 나가는 그런 회사다. 지독한 한국의 경쟁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슬쩍 우회하려는 성향을 가진 내가, 이 끔찍한 서바이벌 게임이 한창인 시점에 '마음의 여유'를 찾는다는 게 스스로 생각해도 흥미로운 일.
그 이유에 대해 설명이 될 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나는 2년만에 한국으로부터 출국, 캘리포니아 남부 어딘가 - 회사의 본사에서 연수 중이다.
주변에서 "집귀신이 씌였냐"고 할만큼 집 떠나는 걸 싫어하지만, 잠깐이라도 이렇게 돌아다니며 숨통을 트나 보다.
어쨌든 그렇게, 회사에서 일 배우라고 끊어준 비행기표를 이용해서 난생 처음 미국이라는 나라에 방문,
퇴근하면 (역시 회사에서 예약해서준) 호텔의 한 구석에서 중동 여행기를 작업했고,
그 해 유럽에서 행한 더 많은 여행의 기록을 쓰기 시작할 생각이다. (사장님은 대인배니까 이해해 주시겠지,)
개인적 신상의 변화에 대해 주절주절 늘어놓고는 있지만,
굳이 별 볼 일 없는 여행기를 장황하게 - 에필로그라는 이름의 포스팅까지 덧붙여가며 - 끝맺는 이유는 사실 다른 데 있다.
2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중동에는 정말 엄청난 일들이 벌어졌다.
만인이 주지하다시피 중동이라는 범주에 속하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시위, 폭동, 봉기, 그리고 내전을 수단으로 하는 혁명적 물결이 일어났다.
그 물결은 공교롭게도 내가 여행을 시작한 시점과 거의 정확히 일치했다.
2010년 12월, 튀니지에서 일어났던 시위는 - 그 때 당시로서는 - 하나의 에피소드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여행 도중 "북아프리카 쪽은 여행이 위험해졌다더라"는 이야기를 전해들었어도, 대단히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보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하나의 사건을 넘어서는 어떤 시작이었고,
일련의 변화에는 '아랍의 봄'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때문인지, 여행기를 다시 쓰기 시작한 이후 한 달 사이 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블로그를 방문했고,
그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시리아', 그리고 '요르단'을 검색해서 유입되었다.
(그래서 - '가까운 사람들에게 공개하고 싶은, 조금 특별한 날들의 일기'를 개념으로 써나가던 포스팅에서
여행 도중 벌어지는 자질구레한 일상에 대한 묘사가 줄어들었다.)
블로그야 어찌됐든, 명명과는 달리 아랍에 봄은 오지 않았다.
몇몇 국가에서 정권 교체가 일어났지만, 현재 이집트의 상황에서 알 수 있듯이 그것이 끝은 아니었다.
방문했던 도시와 국가에만 한정하여 보면, 가장 먼저 물결에 휩쓸린 곳은 요르단이었다.
내가 요르단 일정을 마친 직후- 2011년 1월, 암만에서 실업률의 상승과 인플레이션, 정부 부패를 규탄하는 시위가 발생했다.
그런데 시위의 목적은 진정한 의미의 입헌군주제와 선거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로 번져나갔고,
더 나아가 군주의 퇴위를 외치는 수준에 이르렀다.
아직까지도 요르단의 정치적 개혁은 대단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지만,
국경을 접하는 시리아의 상황에 비하면 차라리 만족스런 여건일지 모른다.
시리아는 전 아랍 국가를 통틀어 최악의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요르단의 경우와 동일하게, 내가 시리아를 떠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시위는 다마스커스에서 시작되었다.
이는 두어달 사이 알레포와 하마를 포함하는 많은 도시로 확장되었고,
거리에 쏟아져 나왔던 수천명의 인원은 십만명으로 늘어났다.
2011년 여름을 지나며 시위는 내전의 단계로 올라섰다.
정부에 대항하는 반군(Free Syrian Army)은 홈즈를 점령했고, 전투는 점차 격렬해져 정부군이 이 도시를 폭격하기에 이르렀다; 하룻밤 500여명의 민간인이 희생된 공격이었다.
홈즈와 하마에서 전투는 계속되었고, 알레포 또한 게릴라전의 무대가 되어버렸다.
(이 곳이 정말 내가 방문했던 알레포의 우마야드 모스크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실제로 이 외에도, 시리아의 문화 유적은 상상을 초월할만큼 파괴되었다.
크락 데 슈발리에는 불타고 있고- (Refer to: http://www.yalibnan.com/2013/08/20/63769/)
전쟁의 직접적인 피해 뿐 아니라, 도굴꾼들까지 혼란을 틈타 팔미라 등지를 불도저로 밀어버리고 있다고 하니.
(Refer to: http://www.bloomberg.com/news/2013-07-28/syrian-looters-in-bulldozers-seek-treasure-amid-chaos.html & http://www.globalresearch.ca/unesco-syrias-six-world-heritage-sites-endangered/5344355)
Source: fbcdn-sphotos-c-a.akamaihd.net
그리고 며칠 전, UN은 시리아 내전의 사상자가 100,000명을 넘어섰다는 추정치를 발표했다.
게다가 오늘은. 반군에 대해 화학 무기가 사용되었다는 소식까지.
시리아 내전의 비극은 레바논에도 영향을 미쳤다.
레바논의 경우 시리아 정부를 지지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으로 나뉘어 갈등이 발생한 것이다.
이 갈등은 단지 정치적 불안에 그치지 않았고, 폭력적 충돌과 외국인의 납치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러한 정치적 분열은 다시 이슬람 종파와 결부되어 더욱 복잡하게 진행되었다.
수니파(Sunni)와 시아파(Shia) 모두 양 쪽 정치 진영에 각각 나뉘어 존재했기 때문이다.
결국 사이다 등지에서 헤즈볼라와 그 반대편의 충돌이 일어났고,
이는 불과 일주일 전 베이루트에서 발생한 차량 폭탄 테러 사건까지 이어지고 있다.
긴 시간이 지나, 어쩌면 중동 지역은 '아랍의 봄'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혁명적 성과를 맞이할 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러한 역사적 사건을 동시대에 관찰하는 순간 - 그것이 어떠한 정치적 변혁을 가져올지라도 - 비참할 수밖에 없다.
시리아 내전에서 현재까지 희생당한 100,000명의 목숨은, 우리가 어떤 단기 20세기 역사서의 제목과 같은 '극단의 시대'를 살아내며 접했던 양차 세계대전의 사상자의 숫자에 익숙해진 탓에, 단지 숫자로서 의미가 와닿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경험한 중동에서는
나와 똑같은 사람들이 나와 똑같은 정도로 소중한 삶을 살아내고 있었다.
이 것이 정말 기쁘게 중동 여행기를 마치고 싶지만, 그런 기분일 수가 없는 이유인 것이다.
정말 단순하게 보면 중동에 secularism과 민주주의가 동시에 평화적으로 정착하는 것이 이상적으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그게 정답인지, 아니 가능하긴 한 건지는 답이 없는 문제이다.
혁명을 통해 세운 정부를 다시 반대파의 혁명이 몰아내는 이집트의 현 상황이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고,
심지어 시리아 내전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더욱 많은 사상자'를 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인류가 가진 문화유산이, 나에게 진한 감동을 남긴 그 모든 것들이 파괴되고 있다는 사실이 애달픈 것은 -
사실 가벼운 문제이다.
종교 이슈는 일단 접고서라도, 아무리 민주주의가 "피를 먹고 자란다"지만,
분명 가치있는 일을 위해 싸우고 있는 사람들이,
나를 만나 이야기하고, 이 대책없는 여행자를 흔쾌히 도와주었으며, 거래하고 싸우기까지 했던 그 모든 사람들이
더이상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여행기의 첫 포스팅에서 밝힌 것처럼 - 이 여행의 모든 부분에 있어 든든한 후원자이셨던 아버지께 감사하며,
중동 여행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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