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2011 교환학생 @ Universita Cattolica del Sacro Cuore, Milan, Italy
12시간의 지루한 비행 끝에 말펜사 공항에 도착했다. 유럽에의 첫 방문이 나름 감격스러울 만도 했지만, '이탈리아의 첫 인상' 따위를 사진에 담아낼 겨를은 없었다. 양 손은 각각 무게가 30kg, 20kg쯤 되는 트렁크를 끌고 있었고, 그 위로 양 어깨엔 여행용 가방과 테니스 라켓이 매여 있었기 때문에, 오로지 머리속은 호텔까지 빨리 가야겠다는 생각 밖엔 없었다.
기차를 한 시간쯤 타고 마주한 밀라노가 꽤나 인상적이긴 했다. 이 도시에 도착하기 전까지 내가 상상한 밀라노는, 고층 건물에 둘러쌓여 곳 곳에 문화재를 간직하는, 서울의 종로와 같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차차 보여지겠지만, 이 곳은 예상보다 훨씬 더 옛 모습을 잘 보존하고 있었다. 내부만 개조하고 외형은 그대로 둔, 수 십년. 수 백년 전 지어진 듯한 건물들이 도심을 채우고 있었다. 이런 이탈리아의 메트로폴리스 밀라노가 나는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2주가 지났다. 비약이 좀 크긴 하다. 그 동안 기숙사에 입사하고, 학교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하고, 이탈리아어 수업을 들었다. 동시에 앞으로 1년간 필요할 생활용품 등을 구입하러 다니고, 핸드폰을 개통하고, 체류 허가를 받고, 수강신청을 했다. 일주일 이상 외국에 머물러 본 적 없는 나에게 쉬운 일은 하나도 없었다. 심지어 대중 교통 정기권을 발급받는 것도 '일'이다. 이 곳 사람들 대다수가 영어를 못 해서 특히 더 그렇지만, 역시 내가 이탈리아어를 빨리 배우는 수밖에.
이런 잡다한 일들을 마무리 지어가고 개강까지 일주일 정도 여유를 찾은 지금, 나는 일기를 써야겠다고 느꼈다. 아무래도 앞으로 펼쳐진 1년 조금 안 되는 시간에는, 흘려보내고 잊어버리기엔 너무나 특별한 순간이 많아질 것 같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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