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있을 대선 투표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 사이를 갈팡질팡하는 유권자들이 꽤 존재하는 모양이다. 문 후보 캠프에서는 사표론을 내세워 전략적 투표를 주장하고, 심 후보 캠프에서는 미래를 위한 소신투표를 제안한다. 정의당, 우상호 '정의당 지지 다음에' 발언에 "오만한 행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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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만, 이는 전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대선과 지방선거, 총선의 지역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주로 중도와 진보 세력 사이에서 불거지는 문제이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1997년에 있었던 제15대 대통령 선거를 예로 들어볼 수 있다. 신한국당 이회창 후보와 국민신당 이인제 후보 사이에서 이러한 다툼이 있었다. 다자대결로 치르는 이번 대선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사이에도 전략적 투표와 소신투표의 주장이 맞서고 있다.
다시 이번 대선의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의 관계로 돌아와, 논의를 간단하게 하기 위해 두 가지를 전제할 수 있다. 첫째는 지난주까지 발표된 대동소이한 최종 여론조사 결과가 실제 득표율과 비슷하리라는 것이다. 막판에 일어나는 변수 혹은 여론조사의 한계를 중대한 요소로 생각한다면, 이 쟁점은 큰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다. 둘째는 심 후보에게 투표하고 싶지만, 이 행위에 대해 사표 심리가 작동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다. 역시 마찬가지로, 결과에 관계없이 문 후보나 심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와는 관계가 없는 이야기다. 이렇게 두 가지 사실을 가정하고 보면, 유권자의 투표 행위는 둘 중 하나이다. 당선이 기정사실화된 문 후보와 2위 후보와의 격차를 더욱 벌릴 것이냐, 혹은 당선 가능성이 없는 심 후보의 득표율을 더욱 높일 것이냐.
위의 두 가지 생각은 가치판단의 문제이고 모두 일리가 있는 의도이기 때문에, 한 쪽이 다른 쪽에게 ‘틀렸다’고 이야기하거나 강요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집권당의 국회 내 의석수는 대통령의 임기 대부분의 기간 상수로 존재할 것이기 때문에, 압도적인 지지율로 당선되는 것은 중요하다. 또, 어차피 대통령이 정해졌다면 더욱 마음이 가는 후보에 표를 던짐으로써 앞으로의 정치 활동에 힘을 실어주는 것 또한 중요하다. 고민이 되는 유권자는 두 가지 선택사항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고 믿는지 스스로 갈피를 잡으면 되는 것이다.
다만, 본지에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이렇게 흔들리는 유권자 (swing voter)들 사이에서, 문 후보에 투표하는 사람들이 심 후보에 표를 던지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이상한 비난이다. 인터넷 공간에서 “니표는 소신투표하면서, 왜 남의 표로 정권교체하려고 하냐?”와 같은 야유가 유행하고 있다. 소신 투표하는 유권자를 정권교체의 무임승차자에 비유하는 듯하다. 또는 정권교체라는 대의에 본인의 소신은 희생했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렇게 뒤집어 생각해보면, 오히려 소신이 아닌 전략을 선택한 표가 사표가 되는 것이 아닌가.
이번 대통령 선거는 전통적인 양강 구도가 아닌 1강 2중 2약 구도로 나타났다. 이 글에서 첫째로 전제한 것과 같이, 소신투표로 인하여 정권교체가 실패할 확률은 매우 낮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위와 같은 네티즌의 손가락질은 사실 심각한 논의의 대상이 될 필요가 없다. 그러나 그러한 전제를 무시하더라도, 소신투표로 인하여 정권교체에 일조하지 못하는 이들을 비난할 수는 없다. 그것은 이 글의 두 번째 전제, 즉 논의의 대상이 아닌 전통적 진보정당 지지자들까지 지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선거 직전 여론조사가 발표되지 않는 ‘깜깜이 기간’에 유권자의 공포심리를 자극함으로써 정의당으로 가는 표심을 막겠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선대위원장의 전략이다. 우상호 "洪 지지율에 무조건 플러스 4~5% 해야한다 " 보수 후보들이 오르지 않는 자신의 여론조사 지지율을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기 위해 운운하는 것이 바로 ‘샤이 보수’ 담론인데, 이제는 이것을 더불어민주당에서 언급해가면서 홍 후보의 지지율을 띄워주는 이상한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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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가들이 거위의 간 푸와그라를 좋아하기도 하고,
일반 서민들도 돼지 간 삶은 거 순대하고 먹을 때 좋잖아요.
그러나 그 누구도 벼룩의 간은 안 먹습니다."
"우리가 뭐 나눠달라고 했습니까? 안 나눠줘도 됩니다.
우리는 우리 먹을 거 먹을테니까 그걸 빼앗아가려고 하지 말란 이야깁니다."
물론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에서, 그리고 선거대책을 책임지는 사람의 입장에서 마지막까지 표를 끌어모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문제는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는 시민의 관점에서 종종 진보정당과의 노선 차이는 무시한 채, 당연한 듯이 ‘우리의 노선’에 함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는 진보정당에 대한 몰이해를 드러내는 것에 불과하다.
군소정당이 수권정당에 영합하지 않고 굳이 힘든 길을 가는 것은 그만큼 정치적 지향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진보정당의 전통적인 지지자들은 대체로 ‘진보주의 정당’과 ‘민주당계 정당’의 차이가 이른바 ‘보수주의 정당’과 ‘민주당계 정당’의 차이보다 크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가 급작스럽게 TV토론에서 튀어나온 동성애 담론이다. (정의당을 제외한 나머지 원내정당은 이와 관련하여 거의 비슷한 의견들을 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복지 정책에 대한 심상정 후보의 질문에 문재인 후보는 두어 차례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우리는 정의당과 정책적 방향성이 같으나, 더불어민주당은 수권정당으로서 정의당의 급진적인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 이처럼 진보주의 정당이 민주당계 정당과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며 민주당을 조금이라도 견인하여 거리를 좁히고자 해왔다면, 민주당계 정당은 그 거리를 덮어놓고 진보주의 정당의 표와 지지를 독식하려 해왔다.
이러한 사실을 놓고 보면, 왜 진보주의 정당의 전통적 지지자들이 소신투표를 위해 전략투표를 포기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그것은 두 개의 거대정당이 차례로 집권하는 동안 군소정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정치 생태계는 거의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누군지도 모르는 네티즌에 일갈하다 보니 논의가 각 정당의 전통적 지지자까지 흘렀다. 다시 이야기를 마무리하기 위해, 문 후보와 심 후보 사이에서 흔들리는 유권자 (swing voter)의 경우로 돌아가 보자. 만약 더불어민주당이 이들 고민의 깊이를 이해한다면, 사표 심리 자극은 효과는 있을지언정 정당한 방법은 아니다. 진성당원이 아닌 표류하는 표심이라면, 당과 후보의 말과 행동에 굉장히 민감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더불어민주당 혹은 문재인 후보 측에서 정의당의 노선을 조금만 수용하는 ‘척’이라도 한다면 이들의 표류는 문 후보 측으로 몰려가게 되어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정공법에 가까운 전략이다. 물론 더불어민주당에서 이러한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 그들은 위에서 말한 액션을 취했을 때 발생하는 득과 실을 계산했을 것이고, 그 결과에 따라 행동했을 것이다. 이렇게 모두가 각자의 이해에 따라 움직이는데, 소신투표하는 유권자를 멋대로 ‘무임승차자’로 매도할 수는 없는 것이다.
+) 마지막으로, 이 논의를 압축하여 보여주는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2010년 제34대 서울시장선거당시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는 한명숙 민주당 후보를 2만 6,000표의 근소한 차이로 승리했다. 그리고 당시 노회찬 진보신당 후보는 14만 표를 얻었는데, 만약 후보 단일화가 이루어졌다면 서울시장 교체가 이뤄졌을 것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당시 노회찬 후보와 진보신당에는 엄청난 비난 여론이 쏟아졌고, 성난 민심에서는 진보신당 해체를 주장하는 목소리까지 불거져 나왔다. 이와 관련해서 노회찬 후보는 억울함을 토로했다. 후보 사퇴의 명분이 없었다는 것이다. 한 후보 측에서 노 후보를 찾아가 이야기를 듣고, 한 후보 본인이 당선된다면 시정에 반영하겠다는 모습만 취했다면 노 후보는 실리 없는 명분이 될 것을 알면서도 단일화로 마음을 바꿨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만약 이것이 노회찬 의원의 변명처럼 들린다면 5년 전 18대 대선으로 돌아가 보자. 국민은 당시 통합진보당의 이정희 후보의 TV토론 모습만을 기억하곤 한다. 그러나 당시 노회찬 의원은 이정희의 대선 출마를 놓고 “국민에 대한 능멸”이라며 반대했으며, ‘국민연대’에 대표로 참여하여 당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를 적극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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